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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아플 때 아픈 곳은 어디인가?” – 감정과 신체 통증의 연결 연구

by smiley-sj 2025. 7. 9.

감정은 단순히 머릿속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불안하거나 슬플 때 우리는 뱃속이 뒤틀리거나 가슴이 먹먹해지고, 어깨가 무겁게 내려앉는 느낌을 받곤 합니다.  현대 심리생리학에서는 이러한 반응을 ‘신체화’라고 설명합니다. 이는 정신적 고통이 신체적 통증으로 표현되는 현상으로, 단순한 스트레스 반응을 넘어 신체 건강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오늘은 감정과 신체 통증의 연결에 대해서 연구한 내용을 소개해드릴 예정입니다.

“마음이 아플 때 아픈 곳은 어디인가?” – 감정과 신체 통증의 연결 연구
“마음이 아플 때 아픈 곳은 어디인가?” – 감정과 신체 통증의 연결 연구

 

감정은 어디에 저장되는가 – 내 몸이 보내는 신호들


"가슴이 아프다", "속이 뒤집힌다", "숨이 막힌다"라는 표현은 단순한 은유가 아닙니다. 감정이 신체 특정 부위에 축적되고 표현된다는 개념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등장합니다. 서양의 심리학 이론에서는 이를 ‘신체화 증상’이라 하고, 동양의 전통 의학에서도 '기의 흐름'이나 '장부와 감정의 연결'로 설명합니다.

 

필자의 경험: “복부 통증과 불안의 관계”
몇 년 전 반복되는 복부 통증에 시달리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병원에서는 위염 소견 외에 큰 이상이 없다고 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통증은 중요한 일정을 앞두거나 불안이 극도로 고조되는 날 더욱 심해졌습니다. 특히 밤에 생각이 많아질 때 배 속이 타들어가는 듯한 통증이 올라왔고, 아무리 약을 먹어도 일시적 진정에 불과했습니다.

그 후 심리상담을 통해 장-뇌 연결의 개념을 알게 되었고, 불안이 소화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됐습니다. 실제로 대장신경증후군은 스트레스성 장 질환으로 분류되며, 그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감정의 억압 혹은 만성적 긴장 상태입니다.

 

감정별 대응 부위 – 연구 결과 요약
핀란드 아알토대학교에서 발표한 2013년 연구에서는 700명 이상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감정이 신체 어디에서 가장 뚜렷하게 느껴지는지를 조사했습니다.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슬픔: 가슴, 눈 주위의 무거움

불안: 가슴 조임, 복부 긴장

분노: 상체 전체의 열감, 손의 긴장

행복: 전신의 따뜻함

우울: 사지의 무감각, 무거움

이는 감정이 뇌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계와 자율신경계의 영향을 통해 체계적으로 신체 곳곳에 전달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뇌와 몸의 교감 – 자율신경계와 스트레스 반응


감정이 신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는 감성적 언어가 아닙니다. 실제로 불안이나 스트레스는 자율신경계를 통해 신체의 다양한 생리 기능을 조절합니다. 자율신경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교감신경계’와 ‘부교감신경계’. 이 두 체계는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심장박동, 호흡, 소화, 혈압을 조절하며 긴장과 이완 상태를 번갈아가며 유지합니다.

 

스트레스 시 교감신경계의 작동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느끼면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어, 심박수가 빨라지고 호흡이 얕아지며 혈압이 상승합니다. 이는 일종의 ‘전투-도피’ 반응으로, 생존을 위해 몸을 빠르게 준비시키는 반응입니다. 문제는 이 상태가 반복되거나 장기화될 경우입니다. 만성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다음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목과 어깨 통증: 근육 긴장의 지속으로 인해 뭉침과 압통 발생

편두통과 두통: 혈관 수축과 근육 긴장이 복합적으로 작용

소화불량: 위산 과다, 장운동 불균형

심박 이상, 가슴 두근거림: 심박수 상승과 심장 부하 증가

저 역시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는 항상 목 뒤가 굳고, 두통이 동반되었습니다. 그럴 땐 파스나 마사지보다 긴장을 풀 수 있는 명상, 호흡 훈련이 훨씬 효과적이었습니다.

 

신체화 장애와 그 경계
심리적 스트레스로 인해 신체에 불편함이 발생하는 현상은 때로는 병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신체화 장애’는 신체적 증상이 명확한 의학적 원인 없이 지속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이 경우 단순히 증상을 억누르는 약보다는 감정 상태를 점검하고, 스트레스 관리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감정과 통증을 풀어내는 방법 – 신체의 언어에 귀 기울이기


감정은 억제하거나 무시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말로 표현되지 못한 감정은 신체의 언어로 변환되어 결국 ‘통증’이라는 방식으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신호를 인식하고, 해소해 나갈 수 있을까요?

1단계: 신체 감각에 주의 기울이기
많은 사람들은 머릿속 생각에는 예민하지만, 몸에서 일어나는 감각 변화에는 둔감합니다. 아프고 나서야 “왜 이렇게 피곤하지?”, “왜 자꾸 위가 아플까?” 하고 자문하게 되죠. 감정과 통증의 연결 고리를 이해하려면 먼저 몸의 미세한 신호에 귀 기울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필자가 시도한 방법 중 효과적이었던 것은 ‘바디 스캔 명상’입니다. 이는 의식적으로 몸 구석구석을 스캔하며 감각을 알아차리는 훈련으로, 긴장을 놓아주고 내면 상태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2단계: 감정 이름 붙이기
“지금 내가 느끼는 건 불안인가? 서운함인가? 외로움인가?” 감정을 구체적으로 명명하는 것만으로도 뇌는 위협 반응을 진정시키고 감정 조절력을 회복합니다. 뇌과학자 매튜 리버먼의 연구에 따르면,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행위는 편도체의 과활동을 억제하고 전전두엽의 작동을 강화시켜 감정 조절에 효과적입니다.

3단계: 몸을 통해 감정을 해소하기
감정은 몸을 통해 표현되고, 또한 몸을 통해 해소될 수 있습니다. 심리치료 기법 중에는 ‘감정 방출 운동’, ‘감정 표현 춤’, ‘호흡 기반 요가’ 등이 있습니다. 필자의 경우, 특히 속도 조절이 가능한 걷기 명상과 느린 요가 스트레칭이 정서 안정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단순한 운동 이상의 효과였죠.

 

“마음이 아플 때 아픈 곳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분명한 것은 마음의 고통은 무시되지 않고, 반드시 몸 어딘가를 통해 말해진다는 점입니다. 감정은 뇌의 일이자 몸의 일이며, 무형이면서도 물리적인 실체로 작용합니다.

우리는 종종 ‘신체 통증’을 병리적인 증상으로만 여기고 약물이나 치료로 접근하지만, 그 이전에 자신의 감정을 성찰하고, 몸의 언어를 해석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몸은 단순한 껍데기가 아니라, 마음의 거울이며 정서의 저장소입니다.

그러니 오늘, 자신의 몸이 보내는 신호에 한 번 귀 기울여보세요. 두통, 속쓰림, 어깨 결림이 단순한 물리적 통증이 아니라 내가 감당하지 못한 감정의 흔적일지도 모릅니다. 그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이해하고 풀어낼 수 있을 때, 몸은 다시 균형을 찾고 회복의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